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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뷔민] 김태형 06

지금 생각하면 전정국을 죽였어야 했다.


"좋아하는거 아냐?"


정국이 담배를 물고 곁눈질을 하며 말했다. 미친놈아,  말이 나오자마자 정국이 키득거렸다.


나는 벽에 기대서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김태형은 내가 본 사람중 가장 신기하고 이상한 애였다. 나는 아직도 태형이 처음 전학와서 '김태형이예요.' 라고 말하던 모습을 기억한다. 그 때 모습을 생각하면 가끔 소름이 돋는다. 아무튼 얜 진짜 진짜로 이상하다. 요즘은 좀 미친것인지, 저번에 내가 뽀뽀를 하고 난 후 선물 다람쥐가 된것 같이 내 책상에 먹을걸 놓고 간다.


심지어 다음날, 눈이 마주치자 또 울려해서 한번만 더 울면 자퇴한다고 했더니 끔찍하게 눈물을 참더라. 그리고 그 날부터 먹을걸 놓고간다. 내가 거지처럼 보이나, 싶어 험악하게 눈을 떴더니 태형은 웃기만 했다. 아무튼 10일째 나는 태형에게 의도치 않게 먹을걸 뜯는 중이다. 


'야, 다음엔 바나나 우유로 사와라.'


하도 어색해서 태형이 내게 딸기 우유를 줬을때, 그렇게 말했더니 박지민이 김태형 빵셔틀로 시켜먹는다고 소문까지 났다. 와. 이거 계략인거지?! 어?! 아무튼 짜증이 나서 딸기 우유를 벌컥 벌컥 마셨다. 참나, 저 새끼 덩치를 봐. 내가 상대라도 되겠어? 


태형은 내가 저가 준 음식을 먹을 때 묘하게 기쁜 표정을 지었다. 아무튼,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저번에 뚫어지게 봤더니 그 큰 손으로 날 밀었다. 기분 나빠서 왜 나 피하냐고 했더니 피한게 아니랜다. 이상해. 이상한 놈이야. 이상해. 이상해!! 이상해.


그래서 오늘 일어나자마자 정국과 피시방에서 죽을 치고, 비위를 맞춰주다 내 얘기 아닌척 얘기했는데. 이미 들켜버렸고 정국이 말했다. 좋아하는거 아니냐고.


"좋아하는거 아니냐."

"미친놈아."

"아니, 씨발. 누가 봐도 좋아하는건데 어떡해."

"아니거든."

"대체 나한테 왜 물어본거냐.그럼."

"아니라구. 좋아하는거 아냐!"


내가 막 흥분해서 소리질렀더니 정국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히유, 한숨을 땅 꺼지게 쉬다.


계속 입꼬리가 올라갔다.


"김태형이 날 좋아한다. 김태형이 날 좋아한다.."


나는 남자에겐 관심이 0이지만, 그 잘난 김태형이 날 좋아한다는게 너무 너무... 맘에 들었다. 내가 어느 것 하나 이기지 못했지만! 김태형은 날 좋아한다는거 아냐! 머리가 빙글뱅글 돌았다. 아무튼 기분이 존나 좋았다. 아주 다른 의미였지만. 


"시험해봐? 시험해봐?"

"시험보단, 너 걔 이기고 싶다며."

".....어?"

"고백해. 그럼 걔 공부 조진다."


전정국 진짜 천재아냐?(지금 생각해보면 전정국을 더 조져야함. 내 인생 전부 꼬이게 된 계기. 아주 개새끼임.)

아무튼 만년 2등 박지민, 1등 김태형 조지기에 돌입했다.


-


아무튼 태형을 시험해야했다. 나는 정국을 피시방에 내다버리고 집에 오자마자, 모든 옷장을 다 뒤져서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옷을 찾았다. 고개 숙이면 상체 다보이는 허벌 티셔츠에, 딱 붙은 찢어진 검은색 스키니 입고, 구두까지 신었다. 그리고 머리까지 넘겼다. 귀걸이까지 했다. 거울을 보니 완벽했다. 심지어 티안나게 틴트도 발랐으며 눈썹까지 그렸다. 후후. 심장이 두근두근 거렸다. 나는 일단 엄마의 모든 잔소리를 피해 밖으로 나왔다. 아파트 앞 상가 벤치에서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


나는 지금까지 태형의 모든 카톡을 읽씹했다. 태형은 몇주간 원맨쇼를 했다. 혼자서 연탄이 귀엽지? 연탄이 사진을 보내고, 동영상 사진을 보내고 혼자 울며불며 보고싶다고 쇼를 했고. 나는 미끼만 주면 된다. 너무 긴장되고 돌아버릴것 같아서 다리를 달달 떨었다. 미끼. 미끼..


[보고싶어]


.... 바로 읽음? 


진짜 보낸지 1초만에 바로 읽고 전화가 왔다. 너무 당황해서 으가각! 핸드폰 떨어뜨렸다가 다시 주웠다. 한 3초간 심호흡을 하고 전화를 받았다.


"....김태형?"

[지민아. 진짜야. 진짜야? 나 보고싶어? 네가 지금 먼저 나한테 카톡한거야? 지금? 지금?]


태형은 숨도 안쉬고 얘기했다. 내가 아무 대답이 없자 또 킁킁 거리며, 코를 훌쩍거리길래 우는 줄 알고.


"마! 한번만 더 울면 자퇴한다 했지?!"

[아, 알았어... 너무.... 좋아서........... 너 진짜 나 보고싶어?]

".....그...글쎄... 너 왜 요새 연탄이 사진 안보내?"

[..................]


태형은 내 말에 실망했는지 아무 말이 없었다. 아아. 너무 당황해서 실수했다. 나는 벤치에 머리를 쾅쾅 박았다. 


[너한테는 연탄이밖에 없는거지.....?]

"아니..아니.. 좀 들어봐..."

[연탄이 수컷이지만 새끼 생기면 생각해볼게...]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


그럼 뭔데. 태형이 싸늘하게 말했다. 이때다, 나는 너무 너무 귀엽고,


"나 너무 추오. 태형아."


병신같다. 진짜.


-


태형은 10분만에 나타났다. 이불보다 더 큰 담요를 가지고. 내 꾸민 모습에 태형의 얼굴이 붉어졌다. 진짜 좋아하나? 지민아, 너 어디 갔다왔어? 태형이 물었다. 오늘 내가 갔다온곳은 피시방밖에 없었지만 그럼 가오가 상하기 때문에 아무 말이나 지어냈어야 했다.


"오늘 친척누나 결혼식."

".....이러구?"

"뭐. 나 이상해?"

"아니. 너무 너무 예뻐."


얘가 지금 뭐라는 거야. 예뻐? 그것도 너무 너무? 저렇게 볼 빨갛게 돼가지구? 태형은 목까지 얼굴이 빨개져있었다. 진짜 나 좋아해? 어머. 정말? 말도 안돼. 아니겠지. 설마. 난 아까 정국과 했던 대화가 떠올랐다.


야, 차여도 사겨도 일단 이길수 있는 거라니깐?


정국은 꼭 김태형학 박사같이 얘기해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심오한 얼굴로 들었다.


차여봐. 그럼 김태형이 너랑 짝꿍이잖아. 널 볼떄마다 얼마나 신경쓰이고 미안하겠어. 그럼 시험 조지겠지.


이것도 맞는 말 같은데.


'그럼 사귀면, 개새끼야.'

'걔는 그럼 연애하느라 시험 조지겠지.'

'아니, 그럼 나는. 나도 사귀잖아!'

'넌 걔 안 좋아하잖아.'


난 그 때 천재 아냐? 라고 느꼈다. 나는 하지만 전자를 바랬다. 나는...김태형을 너무 너무...싫어하니깐..


"지민아, 많이 추워?"


잠시 멍 때리고 있는데 태형이 내 무릎에 담요를 덮어줬다. 태형은 항상 나에게 다정하다. 그래서 더 싫다. 나는 뚱한 얼굴로 태형을 쳐다봤다. 어떻게 하면 확인할 수 있지. 바람이 살랑살랑 불면서 내 티셔츠에 바람이 들어왔다. 태형의 시선이 아래 쪽으로 향했다. 당황한 눈동자가 다시금 날 쳐다봤다. 설마. 진짜 나 좋아해? 안되는데. 나는 더 태형에게 바싹 다가갔다. 설마, 아니겠지.


"태형아."

".......웅?"


모든건 전부 충동적이었다. 나는 전자를 바랬다. 비참하게 뻥 차이고, 태형은 날 신경쓰느라 시험을 조지고, 나는 일부로 불쌍한척 연기하며 계속 신경쓰이게 옆을 빙빙 돌고.


"나 너 좋아해."

"..............."


충동적인 고백이니깐 타이밍을 따지지도 않았다.


"왜 말 없냐? 나 너 좋아한다구."


전혀 다정하지도 않았다. 틱틱거리면서 태형을 쳐다봤다. 태형의 눈동자에 눈물이 가득찼다. 긴 속눈썹엔 이미 눈물이 고였다. 초콜릿 피부같은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야! 한번만 더 울면 자퇴한다고 했지? 라고 말하자 태형이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설마, 설마 날 좋아하겠어? 그리고 환청인지. 진짠지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지민아. 나도 너 좋아해!"


눈물을 참으려고 끄흡, 하는 소리와 태형의 목소리. 환청이겠지. 말도 안돼. 머리가 빙글뱅글 돌았다. 태형이 날 꽉 껴안았다.


들린다, 박지민. 김태형에게 코 꿰이는 소리.


인생 조지는 소리..





*

어쩌다 사귀는...비민..... 항상 댓글 감사드리고.. 금방 오겠습니다!!! 너무 너무 구ㅣ여어.. 선물다람쥐같이 선물 주고 튀는 태형이두..

Go 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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